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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09 三魔 [2004] 등산 - 경기도 가평 명지산
2004.10


휴대폰 모닝콜 소리가 들린다... 시간을 보니 5시다. 6시까지 자고 일어나야지 생각했다. 눈을 다시 떴다. 허걱... 6시 50분이 넘었다. 젠장.. 후다닥 씻고, 옷을 입고 짐 대충 챙기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런... 돈이 한푼도 없다. 천원짜리 세장. 차 안에 동전 수십개... 가다가 은행이던, 편의점이던 들러야겠다. 이런... 기름도 없다. 7시 15분... 이시간에 문 연 주유소 있나? 다행히 동네 주유소 문 열었다. 남동공단은 이래서 좋다.

열나게 달린다. 외곽순환도로를 신나게 달려.. 구리IC를 빠져나간다. 어라? 생각해보니.. 오늘 설마 춘천에서 마라톤 대회 있지 않나? 어쩐지 ... ㅡㅡ;; 차들이 많다.

여차저차 해서 가평까지 오긴 왔는데... 어떻게 된게... 농협이던, 뭐던.... 돈을 뽑을 수 있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외곽도로를 타느라 800, 900, 900, 800을 낸 상태라... 어제 현금을 준비해놓지 못한 것이 정말 한스럽다.

명지산 입구에서 차 구석구석에 쳐박혀 있는 동전을 싸그리 모아 .... 주차비 1000원, 입장료 1000원, 초코바2개, 물 1개, 음료 2개... 사니 땡... 더이상 돈 없다. 어쩔 수 없이 오늘 이걸로 버텨야지 생각했는데... 결국.... 먹을게 없으니.. 고생 대따 했따.

명지산 들어가는 입구 바로 밑의 계곡... 이때는 몰랐는데.... 계곡 물이 참 맑다. 명지산의 단풍보다... 계곡에 더 반했다. 여하튼, 산행 시작한 시간은 9시 39분... 드디어 명지산 시작이다. 명지산에 오게 된 이유는... 원래는 산을 타기 위해서이지만... 요즘이 때가 때인지라.... 단풍을 보기 위해서도 있다. 그러나 명지산은 생각만큼 단풍이 그리 들지는 않았다. 올라가는 도중에 몇군데.... 빨간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9시 38분쯤에 등반 시작. 명지폭포까지는 계속 산책길이다. 폭포도 등반로 옆에 있진 않다. 등반로에서 계단 60여개를 가파르게 내려가야 폭포의 모습이 나온다. 폭포는 그리 크진 않다. 그러나 시원한 계곡에서의 물줄기 소리는 발걸음을 잡고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등반로에 들꽃들이 피었다. 이름 모를 가을 꽃들. 예전엔 저 이름을 알았던가???



한시간을 오르니 이제 슬슬 단풍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도 산책길에서 본격적인 등산로로 바뀌어간다. 하늘도 나무들에 뭍혀 점점 사라져가고... 본격적인 등산로 앞에서 햇빛을 받아 이쁘게 물든 단풍을 구경하면서 잠시 휴식.



11시. 등산한지 1시간 20분 쯤 경과... 내가 산에서 제일 싫어하는 곳이 나왔다.
계단이다. 계단을 한번 오르면 다리에 힘이 다 빠져버린다. 차라리 계단 옆으로 오르는게 낫다. 계단만 만나면 난 쥐약이다. 계단에서는 페이스를 못맞춘다. 정말 계단이 싫다. 명지산은 생각보다 계단이 많았다. 처음 타는 산이어서 그런지... 계단때문에 그런지.... 결국 페이스를 잃고... 거기다가 배까지 고프니 오늘 산행 정말 힘들겠다 생각했다. 어제 돈 찾아놓을껄... ㅜㅡ

그나마 계단 중간중간에서 보이는 단풍들 때문에 사진촬영 겸 쉴 수 있었는데... 사진을 찍다보니 잠깐 쉰다는 것이 오히려 다리에 무리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적어도 계단에서는 30분동안을 쉬지않고 오르다가 5분 쉬어줘야 하는거 아닌가?

흐음... 이제 물들기 시작한 단풍 너머로 저편 능선에는 여기보다 빨간색이 더 많이 보인다. 저쪽 코스도 괜찮았을라나? 저쪽은 계단 없을라나? 십여분 올라가다가 꽤 괜찮은 단풍나무 발견. 쉬자... 힘들다... ㅜㅡ

 사진 찍으면서 10분을 쉬었다. 너무 쉬었다. 올라가자... 그러다가 잠깐 보이는 괜찮은 풍경... 12시가 다 되어서.... 12시 7분에 정상 도착. 1,267미터 9시 38분쯤에 등반 시작하여 두시간 반만에 정상 도착. 꽤 오래 왔다. 힘들게 왔네.. 에고에고... 어디가서 산 잘탄다는 말 하지 말아야지.... ㅜㅡ




날씨가 그렇게 좋진 않다. 하늘은 맑은데.. 대기는 뿌옇다. 대기가 투명했다면 저 반가운 단풍들이 더욱 알록달록 했으리라. 멀리 화악산 기지가 보인다. 나는 저정도 알록달록은 아직 단풍이 덜 들었구나 생각했는데... 올라온 사람들은 "와~ 저기봐, 단풍 절정이네.... " 라고 소리친다. 물이 반밖에 없다. 물이 반이나 있다.... 이 차이인가?





잠시 주변을 구경하고 있는데 헬기가 뜬다. 처음엔 무슨 사고 났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방송국 헬기다. MBC 로고가 찍힌. 두어바퀴를 도는데... 열심히 손을 흔들어줬다. 혹시 아는가? 방송에 나올 줄...
(혹시나 해서 방송 뒤져보니.... 명지산이 나오긴 나왔는데... 너무 멀리 잡아서 내가 잘 안보인다. ㅜㅡ)



잠시 쉬다가... 명지2봉으로 가기로 했다. 시간은 12시 22분... 이미 등반한지 세시간이 다되어간다. 명지 2봉 1260봉으로 가서 거기서 백운봉인가... 어딘가 쪽으로 내려가다 바로 명지폭포쪽으로 빠진다. 그게 계획이다. 그래야 다시 익근리 쪽으로 빠져 차를 세워둔 곳으로 갈 수 있다. 약간 후들거리는 다리에 다시 힘을 주고 정상을 내려간다.

주봉에서 2봉으로 가는 길은 참 신기하다. 길이 신기하다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주변 풍경이 아주 오래된 산을 만난 느낌이다. 약간의 봉우리 아래 그늘 진 곳의 저 나무는 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듯하다. 오래된 나무와 오래된 길이 나를 반긴다. 이쪽 길을 가다보니... 사람들이 거의 없다. 힘들어서 이쪽으로 오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이쪽은 잘 다니지 않는 곳인가? 야릇하게 생긴 고목들을 보면서 약간은 신비로움, 약간은 두려움을 느끼며 2봉으로 향한다.



2봉에 도착했다. 시간은 어느덧 1시 6분. 짧지 않은 시간에 약간 기운이 빠져 도착한 2봉. 2봉이란 표식은 없지만 여기서도 충분히 정상이 보인다. 전혀 낮지 않다. 잠시 쉬며 목을 축인다. 정상에서 이온음료는 다 마시고, 초코바도 다 먹고... 물만 조금 남았다. 목이 타는 관계로 남은 물을 다 마셨다. 이제부터 하산이다. 내려가다 물을 만나면 좋으련만..... 역시 청명한 가을하늘은 언제나 좋다.




2봉에서 내려가려고 하는데 길이 두갈래다. 오른쪽 왼쪽. 분명 왼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가파른 길을 조금 내려가니 약간 희미한 길이 보인다. 저쪽이 분명 다시 명지폭포로 내려가는 길이리라. 약간의 내리막을 따라 가다보니... 단풍이 곱게 물든 지역을 만났다. 2봉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눈앞에 직접 맞대고 보니... 역시 예쁘다.




이 단풍지역을 지나자 마자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온다. 조용하고 한적한... 사람들의 말소리조자, 그림자조차 들리지 않는 길을 나혼자 내려간다. 등 뒤로 산능성이에 가린 그늘이 느껴진다. 내리막길은 정말 가파르다. 바위가 없으나 낙엽과 나무가지들, 흙으로 미끄러지기 쉽상이다. 항상 내리막길에서 다리가 풀리는 관계로 나도 서너번 미끄러졌지만 다행히 넘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한참을 내려가다보니 앞에서 먼저 가는 두 아저씨가 있다. 내가 다소 속도가 빨라 선듯 순서를 양보해주신다. 내려오다보니 익근리까지 6000m, 5600m, 5000m, 4500m 라는 표지판이 자꾸 나온다. 아까 아저씨들을 뒤로 하고 계속 내려오다보니 어느새 주변에는 내가 하산하는 소리만 들린다. 조용하다.


한참을 내려가다보니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시간은 1시 50분. 물소리가 난다는 것은 계곡에 가까워졌다는 것. 조금 더 힘을 내고 내려가다보니 계곡의 시작점이 나타난다. 바위틈 아래 샘이 솟고 그 옆의 바위들 사이로 졸졸졸 소리가 시원스레 들린다. 나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 이제 내려오냐고 묻는다. 힘들게 내려왔다고 하면서 먼저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물통을 열었다. 시원한 계곡물... 이건 절대 오염된 물이 아니다. 위로 사람도 없거니와 위로는 물도 보이지 않는다. 명지산의 좋은 점은 이런 계곡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 맛... 시원하고 좋다. 산에서 물을 마셔본지가 언제던가. 약수랍시고 물이 솟는 곳에 사람들이 많이 있게 마련. 그러나 여기는 아무도 없는 산골이고... 산을 내려오다 물을 처음 만나는 곳이고.... 그러니 얼마나 물이 시원하고 맛이 좋으랴... 약수가 아니어도 이런 물은 찾기 힘들다. 그사람 먼저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고 나도 잠시 후에 다시 출발한다.



역시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인지 길이 다소 험하고 주변에 풀과 나무들이 길을 가로막는다. 게다가 오래전에 쓰러진 것으로 보이는 나무들도 이 길을 갈때 적어도 고개를 숙이라고 한다. 흠흠... 어쩔쏘냐... 넘지 못하기에 숙이고 가야하지 않겠는가... 그나마 옆에서 넘실거리는 들꽃에 인사를 하고 가는 것도 좋겠지... 10여분을 내려가다보니 아까 사라진 물소리가 다시 들린다. 이번엔 아까보다 크다. 폭포 비스무리한 것이 있다. 명지폭포는 아니다. 그래도 시원한 소리와 시원한 풍경이 있기에 여기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10여분을 그렇게 하늘과 바람과 물과 바위들을 구경하다가 2시 10분이 넘어서야 다리를 뗄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10분을 더 내려가니 내가 올라온 길과 다시 만난다.


이제부터는 쭈욱 하산길이다. 단지 거리가 길어서... 1시간 가량을 내려와야 했다. 3시 10분쯤 명지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힘든 몸을 잠시 추스리다가 배고픔에 빨리 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들은 내려오자마자 모여서 가평 잣 막걸리와 음식을 먹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읍내에서라도 사먹어야겠다 싶어 빨리 출발했다. 일요일 오후... 경춘국도는 항상 막힌다는 걸 안다. 그래도 이리저리 빠져나와 7시 전에 인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에 먹은 삼각김밥을 빼면 먹은게 없기에 바로 아파트 뒷쪽에 있는 음식점으로 가 탕과 쏘주 한병을 시키고 그제서야 배부르고 기분좋게 취할 수 있었다.

얼큰하게 취해서 집에 들어온 뒤 사진을 정리했다. 생각보다 잘 나온 사진이 많다. 사진기가 좋아서 그런가??? 도시애들님에게 자랑할 수 있으려나???

ㅎㅎㅎ 명지산 산행 끝!

p.s
1. 승천사는.... 구경 못했다.
2. 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고.... 곳곳에 나무에 대한 설명이 걸려있었다.
3. 등산코스 : 익근리-정상-익근리 코스[15.5km, 5시간] 익근리(1km, 15분) - 승천사(5km, 2시간) - 삼거리(1.3km, 40분) - 정상(1.2km, 30분) - 1,250봉(1km, 30분) - 삼거리(6km, 1시간50분) - 익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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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9 00:35 2007/02/0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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